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구령이야기 분류

먼 땅에서 오는 냉수 같은 복음

컨텐츠 정보

본문

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17년 09월호>

작년까지만 해도 필리핀에서 복음을 전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국내에도 복음을 전할 곳이 많았고, 무엇보다 한국어 말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언어가 없었기에 하나님께서 이런 나를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쓰시지 않을 거라고 나 스스로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먼저 작년 11월에 우연히 어떤 지체로부터 한 권의 책을 받았는데 그것은 남미 에콰도르 선교사 "짐 엘리엇"의 일기였다. 짐 엘리엇의 생애는 하나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나 스스로 제한해 놓았던 모든 한계를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또 한 번은 6개월 전쯤 솔로몬제도에서 복음을 전하고 온 형제자매의 간증을 들었을 때였다. 그때 마음속에서 나도 그렇게 쓰임받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일어났는데, 너무도 갑작스럽고 강한 열망이었기에 그저 내 욕심에서 비롯된 육신적인 욕망인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인지 처음에는 분간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그 간증은 "일꾼들이 필요하다"는 말로 끝이 났고, 간증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바로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저도 그런 일꾼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열망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합당하게 여기신다면, 부족한 저라도 쓰고자 하신다면 저를 기꺼이 사용해 주세요." 그런 일이 있은 지 2주 반 정도 지났을 무렵 하나님께서는 내 수중에 300만 원이라는 큰돈이 생기게 해 주셨다. 솔로몬제도나 필리핀을 갔다 오기에 충분한 비용이었고, 나는 그것이 "너의 기도를 들었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응답임을 확신했다.

이후 주님께서는 필리핀으로 가는 길을 열어 주셨다. 필리핀에 펜사콜라성경신학원(이하 필리핀 PBI)을 세워서 하나님의 사역을 수행하고 있는 산체스 목사로부터, 전에 그와 안면이 있던 우리 교회의 한 형제에게 "이곳에 한인들이 많으니 설교하러 오라."는 초청이 있었고, 이에 뜻이 있던 네 명의 지체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팀을 형성했던 것이다. 우리는 출발하기 한 달 전부터 필요한 것들에 대해 함께 기도했는데, 최근 이슬람 세력이 남부 섬을 점령한 일로 인한 안전 문제와 구령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 일,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지혜, 이동 수단, 숙박 문제, 필요한 물질, 준비된 혼들을 만나는 것, 현지 교회와 좋은 교제를 나누는 것, 날씨 등 총 9가지의 구체적인 기도 제목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실제적인 준비도 해 나갔는데, 제일 큰 문제가 언어였기에 영어로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영어 공부에 집중했다.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영어 강의를 들었으며, 외국인의 왕래가 잦은 서울역 거리 설교 팀에도 합류하여 외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해 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생각처럼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출국하기 이틀 전쯤에는 영어로 복음을 온전하게 제시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네 명은 양손 가득 두둑이 복음 전도지를 가지고 필리핀 마닐라로 출발했다. 숙박업을 하는 한 필리핀 형제의 초대로 우리는 쾌적한 곳에 거점을 잡을 수 있었고 주변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는 자동차도 제공받았다. 그리하여 5박 6일 동안 거점이 된 파시그를 중심으로 마닐라 대학로, 한인 타운이 있는 앙헬레스, 필리핀 PBI가 있는 마발라캇, 12월마다 필리핀의 성경대로 믿는 사람들이 모이는 딸로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바기오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필리핀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복음의 가치를 아는 나라"라는 것이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복음을 전했을 때 대체로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예수님을 자신의 구세주로 영접했다. 그만큼 복음 앞에서 순수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로 인해 오히려 내가 힘을 얻었고 피곤함도 잊은 채 열심히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일은 복음을 다 전하고 난 후에도 땅바닥에 버려진 전도지가 한 장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종종 여기저기 버려진 전도지가 보이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었다. 전도지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펼쳐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전도지를 건넸을 때 거절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거리 설교를 할 때도 주위에 서서 관심 있게 경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전도지를 나눠 주고 있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필리핀은 기본적으로 로마카톨릭 국가이기에 구원받지 않은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을 부정하는 사람은 만나 보지 못했고 상당수가 자신이 죄인임을 너무나 당연하게 시인했다. 영어에 서툰 내가 과연 하나님께 쓰임받을 수 있을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나선 건 아닐까 하는 우려들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불필요한 생각들임이 드러났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혼들을 보내 주셨고 그런 우려와는 달리 어려움 없이 그들을 주님께로 이겨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주님의 일은 주님의 능력으로 하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국 사람들과 필리핀 사람들 간의 차이를 현저하게 느낀 것은 한인 타운에서 복음을 전할 때였다. 한국인들은 마음이 굳게 닫혀 있어 복음을 경시했고, 그들을 구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방문했던 그곳에서 오히려 마음이 준비된 혼들은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관심을 갖고 설교에 경청했던 사람들도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복음의 문을 열어 주셨다는 것을 여러모로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국인들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아이돌"이라 불리는 연예인들을 좋아했다. 버스를 타면 대부분의 승객들이 스마트폰으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을 정도로 한류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 영향으로 한국인을 보면 반가워했고 한국인인 것을 먼저 알아보고 관심을 표명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복음을 전하기에 수월한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세상 문화에 젖어 있다는 현실이 상당히 우려스럽기도 했다. 더욱이 모슬렘들이 필리핀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복음의 문이 닫히기 전에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복음이 전파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3일차 저녁에는 필리핀 현지 교회의 기도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주일마다 6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 장소로서는 매우 열악했다.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 읽고 싶은 주석서도 마음대로 못 산다는 말에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복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주석서 한 권을 사더라도 미국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운송비로 인해 책값이 두 배나 든다. 주석서뿐 아니라 잭 T. 칙의 만화 전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교회의 쾌적한 시설들과 비교적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많은 진리의 서적들 등 이제껏 복이라 생각하지 못하며 누렸던 모든 것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필리핀 PBI 설립 초기의 학생들이 수도와 전기도 없는 곳에서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하기 위해 촛불을 켜 놓고 함께 모여 공부했다는 간증을 들었을 때, 공부하기에 훨씬 좋은 환경에 있으면서도 냉랭하고 나태했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하나님께 더 받고 싶은 것들만 바랄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받은 것들을 잘 활용해서 주님의 일에 사용해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우리는 주님께 기도했던 기도 제목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응답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날씨를 완벽히 주관해 주셨다. 필리핀의 7월은 우기에 해당하는 기간이었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태풍도 상륙한 상태였지만, 6일간의 일정 중에 비로 인해 거리 설교나 구령을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잠시 몇 방울 떨어지기도 했지만 거리 설교나 구령을 할 때는 단 한 방울의 비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이 해를 가려 준 경우가 많아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공항에 도착해서야 우기를 실감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현지 교회의 한 형제는 우리가 필리핀을 떠난 후에 폭우가 쉬지 않고 퍼붓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주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의 주 하나님』(스 1:2)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먼 땅에서 오는 좋은 소식은 목마른 혼에게 냉수 같으니라』(잠 25:25). 이 구절은 이번 필리핀 방문을 준비하면서 말씀을 묵상하던 중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었다. 우리 주위에는 냉수 같은 복음에 목말라 하는 혼들이 많다. 어디 필리핀뿐이겠는가! 하나님께서는 내 좁은 시야를 크게 넓혀 주셨고, 필리핀에서의 필요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하심으로써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꾼들이 적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 주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거나 죄나 지으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일주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내가 배운 것은 7일 이상의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 나처럼 무가치한 사람도 전지전능하신 주님의 손 안에서 가치 있는 도구로 사용해 주신 하나님을 더욱 신뢰하게 된 여정이었다. BB

전체 107 / 1 페이지
번호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