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진리의 말씀을 올바로 나누어 자신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일꾼으로 인정받도록 공부하라(딤후 2:15).
구령이야기 분류

제때에 도착하지 않은 기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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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믿는사람들 <2023년 05월호>

병이 심해지면서 수개월 동안 병상 신세를 면치 못하던 중에, 회복에 집중하고자 병가를 내어 캘리포니아로 가서 쉬게 되었다. 따뜻한 날씨, 새로운 주변 환경, 좋은 분위기가 건강과 기운을 되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말이다. 그렇게 결정할 무렵, 동부에 사는 한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몇 해 전, 곤경에 빠졌던 그를 도운 일을 계기로 죽 가깝게 지내 온 사이였다. 그는 그때 받은 호의에 대해 내게 충분히 감사를 표하지 못해 지금껏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알맞은 무엇인가로 보답하고 싶으니 솔직히 얘기해 달라고 썼다. 형편이 넉넉한 친구가 그런 간절한 마음을 보이기에, 요양 차 태평양 해안으로 여행할 계획이라 캘리포니아행 기차표를 보내 준다면 고맙게 받겠노라고 답했고 6월 28일에 떠난다고 알렸다.


출발일 아침, 사무실에서 여러 업무를 마치고 귀가해 우편으로 배달될 기차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시간에 도착한다는 친구의 연락도 받은 상태였는데 무슨 일인지 표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표가 오후 배달물에 없자 마음이 다소 심란해졌다. 그래서 지하로 조용히 내려가 석탄함 가까이에 마련한 기도실로 들어갔다. 아이들 넷을 피해 주님과 교제하려면 그곳이 최고였다. 나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로 그 기차, 그 칸에 타서 하나님께서 준비해 두셨을, 기꺼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를 바랐다. 그렇게 상황 전체를 주님께 맡기자 평안을 주셨다. 기차표, 좌석, 출발 시간 등 여행에 관련된 모두를 주관해 주시도록 의탁했다.


다음 날 우편물에도 표가 없자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고 그렇게 5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표는 오지 않았다. 나는 작고 볼품없는 지하 기도실로 자주 내려가서 지연되는 이유를, 그에 더해 이 여행에서 하나님께서 각별히 계획해 두신 일이 무엇인지 알려 주시기를 기도드렸다. 그러자 마치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날 듯한 예감이 들었고, 주님의 선한 손길을 발견하고자, 또 내가 가는 길에 대해 주님의 뜻을 간파하고자 일이 되어 가는 과정을 더 지켜봤다. 하지만 7월 3일까지 기다리다가 표를 사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사무실로 나갔다. 친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확신하며 말이다. 그런데 사무실에 앉아서 지난 며칠간 겪은 일을 돌아보던 중에 표가 속달로 도착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성령님께서 늦어진 원인을 알려 주지는 않으셨지만, 곧바로 내 마음은 활기를 얻었고 선하신 주님께 깊이 감사를 드렸다. 가족에게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식사 후에 캘리포니아로 떠난다고 알렸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작년처럼 즐거운 소풍이라도 가야 하지 않느냐, 아빠가 오래 집을 비우면서 그 전에 자기들과 아무것도 하지 않다니 불공평하지 않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고 하루 더 머물며 아이들과 독립 기념일을 보내는 것을 하나님께서도 원하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7월 4일 저녁에 캘리포니아행 기차에 올랐다. 아침이 되자 기차는 캔자스주 서부에 정차했고 작은 마을에 자리한 역에서 식사를 제공했다. 승객 몇이 기차에서 내렸지만 식사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어 보니 영적인 일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람들인 데다, 주님께서 일하신다는 증거도 찾지 못해 실망스러웠다. 기차가 다시 움직였고 나는 승무원에게 책상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 위에 성경, 용어 색인, 기도를 주제로 쓴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올려놓았다. 성경 공부에 빠진 사이 내가 탄 칸에서는 본 적이 없던 부인이 다가와 있었다. 50세쯤 돼 보였고 상복 차림이었으며 깊은 슬픔에 맞닥뜨려 위로를 찾는 모습이 확연했다. 재빨리 은혜로우신 성령님께 지혜와 인도하심을 구했고 부인을 맞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몹시 아프신 모양입니다. 그 슬픔의 짐을 기꺼이 나눠 지고 싶은데요, 앉아서 얘기해 주지 않으시겠어요?” 부인은 “네, 그러죠.”라고 답하더니 맞은편에 앉았다. “목사님이신가요?”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설교나 다른 사역에도 관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저는 성경을 사랑합니다. 부인께서 어떤 문제로 괴로워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돕고 싶은데, 괜찮으십니까?”

부인이 간절한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며 절실함을 담아 말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지만 성경 지식은 전혀 없었답니다. 그래도 매일 교회에 나간 데다 헌금도 후하게 했고 교회가 하는 일이라면 모두 지원을 했지요. 한마디로 시간과 수고를 아끼지 않았어요. 게다가 남편은 서부에서 명망 높은 판사인데요, 아이들과 함께 진심으로 제 열성에 다 맞춰 줬습니다. 한번은 이웃에게서 신약성경을 선물로 받았어요. 그동안 본 적도 읽은 적도 없었는데, 막상 읽어 보니 어찌나 흥미로웠는지 모른답니다! 특히나 예수님께 가기를 원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유를 얻었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었어요. 질문이나 삶의 짐을 가지고 다들 주님을 직접 뵙더라고요. 누구도 중간에 낄 필요가 없이요. 그런 모습에 정말 놀랐습니다. 주님께서 사람들을 얼마나 다정하게 대하시던지, 무엇보다 마음이 상한 채로 온 사람들의 죄를 얼마나 신속하게 용서해 주시던지요. 그 특별한 자유가 너무도 인상 깊게 남아서 며칠이 지나지 않아 목사님을 찾아갔답니다. 예수님께서 지상에 계실 때 비서를 두셨는지 물었어요. 목사님이 아니라고 하시기에 지금도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목사님이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으셔서 주님의 임재 앞으로 직접 가서 제 죄를 용서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싶다고, 성경에서 그렇게 하셨듯이 예수님께서 제게도 그렇게 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부인은 그 대화를 마치고 다시 성경을 읽고자, 또 구세주께 가는 길을 보여 줄 누군가를 찾고자 발길을 옮겼다고 덧붙였다. “선생님의 성경책을 보는 순간 선생님이 목사님이시라고, 그래서 예수님을 찾는 방법을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답니다. 어서 예수님께 가서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요.”


부인이 종교인으로 지내왔기에 나는 히브리서로 가서 제사장으로 일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 믿음으로 나아오면 죄를 낱낱이 제거하신다는 말씀을 폈다. 우리는 2:17을 읽었다. 『이는 하나님과 관련된 일들에 자비롭고 신실한 대제사장이 되셔서 백성의 죄들을 위해 화해를 이루려 하심이라.』 그러면서 그녀의 죄들을 제거하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오셨음을 짚어 주었다. 다음으로는 7:25를 읽었다. 『그러므로 그는 또한 자기를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오는 자들을 끝까지 구원하실 수 있으니』. 이어서 1:3도 읽었다. 『친히 우리의 죄들을 정결케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위엄 있는 분의 오른편에 앉으셨으니』. 이때 그녀는 “친히”라는 말씀에 감동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예수님께서 저를 구원하시기 위해 뭔가를 하긴 하셨지만 교회가 훨씬 더 많이 해야 하고 저도 뭔가를 상당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나는 다른 말씀도 보여 줘야겠다는 필요를 느끼고 책장을 넘겼다. 그녀가 예수님께서 “친히” 자기 죄를 제거하셨다는 복된 진리를 묵상하는 동안 9:26을 폈고, 직접 읽게끔 했다.

『이제 그는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려 죄를 없애시려고 세상 끝에 한 번 나타나셨느니라.』 그러자 그녀의 어두웠던 마음이 말씀의 빛으로 밝아지기 시작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정확히 몰랐던 그녀가 구세주께서 갈보리에서 실제로 그녀의 죄를 제거하셨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10:17을 읽었다. 『또 그들의 죄들과 불법들을 다시는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즉시 괴로움이 가시면서 화평을 얻자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구세주께서 저의 죄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가져가셨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알겠어요.” 그녀는 주님의 사랑에 감격해서 눈을 감고 구속주께 감사를 드렸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렇게 슬퍼하셨지요?”라고 묻자 부인이 이렇게 답했다. “의아하시겠지만 슬픔을 당하게 하셔서 오히려 정말 기쁩니다. 사실 저는 블랙스톤에 사는 언니를 방문하던 중이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표를 6월 26일 밤으로 예매했으니까 캔자스시티는 6월 28일에 지났겠네요. 그런데 26일에 언니가 맹장염에 걸려서 심하게 앓다가 28일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뭐예요. 그래서 7월 2일에 장례를 치르고 어젯밤에 캔자스시티를 지나게 됐답니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요! 선생님이 성경을 들고 타신 이 기차에 저도 타게 해 주셨으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여전히 구원받지 못한 죄인으로 집에 갔을 거예요.”


나 또한 두 상황을 완벽하게 조성하신 주님을 높여 드리고 감사드리면서 마음이 얼마나 벅찼는지 모른다. 부인도 내가 흥분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 이유를 묻기에 나도 이번 여행에 대해 걱정이 많았노라고 입을 뗐다. 원래는 6월 28일 밤에 캔자스를 떠나는 여정이었지만 그날 밤에 부인이 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신 성령님께서 7월 4일 밤까지 내 출발을 늦추셨다고 설명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이 얼마나 경이롭던지 우리는 들뜨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성령님의 인도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하시는 능력을 찬양했다. 대화를 마친 부인은 차 뒤편으로 향하면서 자신이 구원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알렸다.


주님의 일꾼이여, 성령님께서 여전히 추수의 주이심을 기억하기 바란다. 주님께서 시간과 때를 배열하시고, 누군가가 구원받는 데 필요한 환경을 마련하신다. 고통에 잠긴 혼에게 우리를 인도하시도록, 구원받기 원하는 죄인이 특별한 방법으로 그를 찾으시는 구세주를 만나는 데 우리를 쓰시도록 주님을 더더욱 의지하자.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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